할머니의 실크 가게에서 이 아카이브까지

할머니의 실크 가게
광장시장 주변에서 자란 저는 어린 시절, 시장에서 실크 가게를 운영하시던 할머니와 어머니를 돕느라 수많은 날을 보냈습니다. 제게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장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세대 간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들으며, 시장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일상의 문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던 곳이었습니다.

시장에서 배운 것
수년이 지나 다시 찾았을 때, 저는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제가 기억하던 전통적인 가족 운영 상점과 장인들의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는 카페, 프랜차이즈, 새로운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시장의 정체성을 구축해 온 사람들이 대중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크에서 염색으로
실크 사이에서 자라며 그 색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전통 염색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서울시 무형유산 제49호 홍염장 김경열 선생님께 홍화 염색을 배웠습니다.
Dyeing the Dying History (영문)
배운 것을 돌려드리며
또한 대부분의 해외 방문객들은 시장의 아주 일부분만 경험하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다수가 유명한 먹거리 장터만을 찾을 뿐, 수 세대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칼갈이, 실크 상인, 한복 장인, 자개 공예가, 그리고 가족 단위 상점들을 발견하는 이들은 드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언어 장벽 뒤에 가려진 채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바로 그 깨달음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